근돼의 일본여행 도쿄 2화
시부야에서 하라주쿠, 메이지신궁 그리고 신주쿠까지 혼자 제대로 걸어본 하루
도쿄에서 맞는 두 번째 아침.
어제는 나리타공항에 도착해서 도쿄역부터 아사쿠사, 센소지, 스카이트리까지 돌아다녔다. 첫날부터 꽤 많이 걸었는데도 아침에 눈을 뜨니까 이상하게 또 밖에 나가고 싶었다.
여행 오면 이게 신기하다. 평소에는 조금만 걸어도 귀찮은데 여행지에서는 지도에 찍혀 있는 곳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재미가 있다.
오늘 목표는 확실했다.
시부야에서 시작해서 하라주쿠를 지나 메이지신궁을 보고, 마지막은 신주쿠의 밤거리까지.
그리고 근돼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먹는 거.
오늘도 관광만 하고 끝낼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시부야 도착, 이제야 제대로 도쿄에 온 느낌



전철에서 내려 시부야역 밖으로 나오자마자 분위기가 어제와 완전히 달라졌다.
사람이 정말 많다.
사진으로 수없이 봤던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가 바로 앞에 펼쳐져 있는데, 실제로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정신없다.
신호가 바뀌자 사방에서 사람들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냥 횡단보도 하나 아닌가 싶었는데 직접 그 사이를 걸어보니까 왜 도쿄를 대표하는 장소가 됐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관광객도 많고 출근하는 사람도 있고 쇼핑하러 나온 사람도 있고, 그 많은 사람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흘러가는 모습 자체가 볼거리였다.
나도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일단 건너봤다.
한 번 건너고 끝낼 생각이었는데 반대편에서 다시 보니까 또 건너고 싶어진다.
결국 왔다 갔다 몇 번 했다.
근돼 시부야 횡단보도 왕복 완료.
별거 아닌데 은근 재미있다.
시부야 왔으면 하치코도 한번 보고
교차로 바로 근처에서 하치코 동상도 찾아갔다.
여기는 사진 찍으려는 사람이 계속 줄을 서 있어서 멀리서 봐도 어디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나도 잠깐 기다렸다가 사진 한 장 남겼다.
도쿄 여행하면서 꼭 엄청난 관광지만 찾아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렇게 한 번쯤 들어본 장소를 직접 찾아가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부야 거리를 걸어보기 시작했다.
큰 건물과 전광판이 계속 이어지고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식당과 카페가 나온다.
그런데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많이 걷지도 않았는데 배는 정확하다.
시부야 첫 먹방



도쿄까지 왔는데 점심을 대충 먹을 수는 없다.
시부야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뭘 먹을까 계속 고민했다.
라멘도 보이고 돈카츠도 보이고 초밥집도 보인다.
일본 여행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 이런 순간이다.
먹을 게 없어서 고민하는 게 아니라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고민한다.
결국 일본다운 메뉴 하나 제대로 먹고 가기로 했다.
가게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주변을 보니 혼자 식사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았다.
이게 일본 혼자 여행의 장점 중 하나였다.
혼자 밥 먹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음식이 나오자 관광이고 뭐고 잠시 중단.
일단 먹는다.
아침부터 시부야를 걸어 다녀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역시 근돼답게 깨끗하게 끝냈다.
여행에서는 남기면 안 된다. 다음 목적지까지 걸어야 하니까.
시부야에서 하라주쿠로
배를 채웠으니 다시 이동.
이번 목적지는 하라주쿠다.
시부야와 멀지 않아서 날씨가 괜찮다면 주변을 구경하면서 이동하는 것도 좋았다.
도쿄는 큰길만 걸으면 엄청난 대도시인데 골목 하나 들어가면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진다.
작은 카페, 옷가게, 편집숍이 계속 나타난다.
그렇게 구경하면서 이동하다 보니 어느새 하라주쿠에 도착했다.
하라주쿠 다케시타거리



하라주쿠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다케시타거리.
입구부터 사람이 엄청 많다.
시부야가 거대한 도쿄의 느낌이라면 하라주쿠는 좀 더 젊고 화려한 느낌이었다.
옷가게도 많고 액세서리 가게도 많고 길거리 음식도 계속 보인다.
그중에서 특히 눈에 많이 들어오는 게 크레페였다.
처음에는 배부르니까 그냥 지나가려고 했다.
정말이다.
그런데 몇 걸음 가니까 또 크레페 가게가 나온다.
조금 더 가니까 또 나온다.
결국 멈췄다.
근돼의 여행 원칙
여행지에서 계속 눈에 밟히는 음식은 그냥 먹는 게 맞다.



딸기와 크림이 들어간 크레페 하나 주문.
받자마자 한입 먹어봤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가볍게 들어간다.
점심 먹은 지 얼마 안 됐다는 사실은 잠시 잊기로 했다.
여행 중 디저트는 별도다.
하라주쿠 거리 구경하면서 먹으니까 더 맛있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메이지신궁
하라주쿠의 북적거리는 거리를 빠져나와 메이지신궁 방향으로 걸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게 하나 있다.
몇 분 전까지 사람과 상점, 음악으로 정신없던 곳이었는데 조금만 이동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까 높은 나무들이 길 양쪽으로 이어진다.
도쿄 한가운데라는 게 잘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시부야와 하라주쿠를 계속 돌아다니다 들어와서 그런지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다.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했다.
이런 곳에서는 굳이 빨리 움직일 필요가 없다.
사진도 찍고 나무도 보고 사람들 지나가는 것도 보면서 천천히 안쪽으로 들어갔다.
도쿄 여행 코스를 짤 때 시부야 → 하라주쿠 → 메이지신궁을 같이 묶는 이유를 직접 와보니까 알겠더라.
가까이 붙어 있는데 분위기는 전부 다르다.
한 번 이동해서 비슷한 관광지를 세 군데 보는 느낌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장소 세 군데를 보는 느낌이었다.
많이 걸었으니 커피 한잔
메이지신궁까지 보고 나오니 다리가 슬슬 무거워졌다.
여행 첫날부터 계속 걷고 오늘도 아침부터 움직였으니 잠깐 쉬어갈 시간이 필요했다.
근처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했다.



그런데 커피만 시키면 섭섭하다.
디저트도 하나 추가.
여행하면서 많이 걷는 이유가 이런 데 있는 것 같다.
많이 걷고 많이 먹는다.
근돼 여행 방식이다.
잠깐 앉아서 오늘 찍은 사진을 보는데 벌써 사진이 엄청 쌓여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목적지가 남아 있었다.
신주쿠.
해가 지기 시작할 때 신주쿠로
신주쿠는 일부러 늦은 오후에 맞춰 이동했다.
낮에 보는 것보다 해가 지고 불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역에서 나오자 다시 사람이 많아졌다.
그런데 시부야와는 또 느낌이 다르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부터 간판에 불이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자 내가 생각했던 도쿄의 밤거리가 나타났다.
높은 건물 사이로 간판이 가득하고 사람들이 끊임없이 지나간다.
사진으로 봤던 도쿄 야경과 실제로 그 안에서 걷는 느낌은 꽤 달랐다.
신주쿠 가부키초
오늘 밤의 메인은 가부키초.



입구부터 화려하다.
어딜 봐도 간판이고 사람이고 불빛이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식당과 술집들이 계속 이어진다.
여기는 낮보다 밤에 와야 제대로 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혼자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골목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었다.
시부야의 밤이 대도시 느낌이라면 신주쿠의 밤은 조금 더 복잡하고 정신없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배가 고프다.
아까 크레페와 디저트를 먹었던 건 기억에서 지웠다.
오늘의 마지막은 고기



신주쿠까지 왔으니 저녁은 제대로 먹기로 했다.
고기 굽는 냄새가 나는 가게들을 지나가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결국 야키니쿠로 결정.
혼자 고기 먹는 것도 이제 익숙하다.
고기가 불판에 올라가면서 나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까 오늘 하루 종일 걸었던 게 갑자기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잘 구운 고기 한 점.
밥 한입.
다시 고기.
그리고 또 고기.
근돼가 괜히 근돼가 아니다.
도쿄 와서 많이 걷긴 했지만 먹은 걸 계산하면 운동이 된 건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여행 왔으니 괜찮다.
밥 먹고 다시 신주쿠 밤거리
배를 채우고 밖으로 나오니 신주쿠는 완전히 밤이 되어 있었다.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에는 아쉬워서 조금 더 걸었다.
작은 골목 안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도 보고, 큰길로 나와 화려한 간판도 구경했다.
낮에는 관광지를 찾아다녔다면 밤에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그냥 걷는 재미가 있었다.
이런 시간이 혼자 여행할 때 특히 좋다.
누구한테 어디 갈지 물어볼 필요도 없고, 피곤하면 쉬고 배고프면 먹고 재미있는 골목이 보이면 그냥 들어가면 된다.
마지막은 역시 일본 편의점
숙소로 돌아가는 길.
그냥 들어가면 근돼가 아니다.
편의점 발견.
입장.



분명 저녁을 먹고 나왔는데 편의점에 들어가면 배가 다시 생긴다.
푸딩 하나.
음료 하나.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먹을 것도 조금 챙겼다.
숙소에 돌아와 침대에 앉아서 편의점 디저트를 먹으며 오늘 찍은 사진을 다시 봤다.
아침에는 시부야 한복판에 있었고, 점심에는 하라주쿠를 돌아다녔고, 오후에는 메이지신궁 숲을 걷고, 밤에는 신주쿠 네온사인 아래를 돌아다녔다.
하루 동안 같은 도쿄 안에서 분위기가 몇 번이나 바뀌었다.
그래서 도쿄가 재미있는 것 같다.
근돼의 도쿄여행 2화 총평
오늘 코스는 시부야 → 하라주쿠 → 메이지신궁 → 신주쿠.
처음 도쿄 여행을 오는 사람에게도 하루 코스로 괜찮은 조합이었다.
시부야에서는 도쿄의 복잡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고, 하라주쿠에서는 쇼핑과 길거리 먹거리를 즐길 수 있었다. 메이지신궁에서는 잠깐 조용하게 쉬어갈 수 있었고, 마지막 신주쿠에서는 도쿄의 밤까지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먹는 것도 빠지지 않았다.
점심부터 크레페, 카페 디저트, 야키니쿠, 편의점 디저트까지.
많이 걸었고 그만큼 많이 먹었다.
이 정도면 근돼의 도쿄여행답다.
도쿄는 아직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이 남았다.
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도쿄를 찾아간다.
근돼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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